
2026년 한국경제는 어디로 향할까요? 조영무 NH금융연구소장은 환율 1,400원대 시대의 장기화, 심화되는 경제 양극화, 그리고 반도체 의존도 심화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내년 경제를 진단합니다. 경제성장률은 회복되지만 체감경기는 여전히 냉랭하고, 총량지표는 개선되지만 광범위한 경제주체들은 그 혜택을 느끼지 못하는 '착시 효과'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우리 경제는 이 난관을 어떻게 돌파해야 할까요?
## 고환율 시대의 구조적 원인과 지속 가능성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넘어서며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조영무 소장은 이를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진단합니다. 환율은 외환시장에서 달러와 원화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데, 현재 한국 시장에서는 달러 공급은 부족하고 수요는 넘쳐나는 상황입니다.
먼저 수출기업들이 벌어들인 달러를 시장에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 내 대규모 투자 약속을 이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달러 수요가 크고, 환율이 계속 오르는 추세에서 환전 시기를 늦추면 더 많은 원화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분기와 3분기 주요 기업들의 재무제표를 보면 해외 외화자산과 달러 예금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투자, 이른바 '서학개미' 현상도 중요한 요인입니다. 코로나 이후 본격화된 미국 주식 투자는 상당한 규모로 지속되고 있으며, 이는 지속적인 달러 수요를 창출합니다. 국민연금 역시 국내 금융시장 규모로는 증가하는 자금을 모두 운용할 수 없어 해외자산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데,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이미 보유한 해외자산의 평가가치가 상승하므로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환율 상승이 반드시 불리한 것만은 아닙니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펀더멘탈입니다. 어느 나라 통화를 보유하고 싶은가는 결국 그 나라 경제의 성장 가능성과 투자수익률, 즉 금리 수준에 달려 있습니다. IMF 전망 기준으로 한국의 2026년 경제성장률은 1.6%로, 올해 0.8%에서 두 배 가까이 오르지만 코로나 이전 10년 평균 대비 1.7%포인트나 낮습니다. 미국은 -0.4%포인트, 전세계 평균은 -0.5%포인트, 신흥국 평균도 -1%포인트인 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성장률 하락폭이 유독 큽니다. 게다가 한국의 금리는 미국보다 낮아 금리 역전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나 국내 경제주체 모두 원화를 매력적인 통화로 보기 어렵습니다.
조 소장은 "상당 기간 이런 고환율 기조가 지속될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흐름을 바꿀 동인을 찾기 어렵다"고 전망합니다. 환율을 낮추려면 외환시장에서 대규모로 달러를 공급하거나, 한국 경제가 추세적으로 성장하며 금리를 높일 수 있다는 기대를 심어줘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두 가지 모두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 경제 양극화의 심화와 착시 효과
2026년 한국경제를 이해하는 두 번째 핵심 키워드는 '초양극화'와 '착시'입니다. 총량지표로 보면 경제성장률은 두 배 가까이 오르고, 종합주가지수는 사상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총수출도 플러스 증가세를 보입니다. 그런데 왜 많은 사람들이 체감경기 회복을 느끼지 못할까요?
조영무 소장은 이를 극심한 양극화 때문이라고 진단합니다. 먼저 부동산 시장을 보면,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은 큰 폭으로 올랐지만 지방 5대 광역시 평균 주택가격은 2023년 초 수준보다도 낮습니다. 집을 어느 지역에 보유했는가에 따라 자산 증가 여부가 완전히 갈렸고, 집값이 오른 지역에서는 전세가격과 월세가격도 올라 주거비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여력이 줄었습니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세 개 기업의 주가 상승 기여도가 종합주가지수 상승 기여도의 절반을 넘었고, 전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종목 비중은 70%에 달합니다. 대형주 몇 개를 보유했는가에 따라 주식시장 호황의 수혜 여부가 결정되었습니다.
생산 측면에서도 양극화는 뚜렷합니다. 제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7%로 사상최고치이고, 그 중 반도체와 스마트폰 같은 첨단제조업 비중은 36%로 역시 사상최고치입니다. 투자 측면에서는 더욱 극심합니다. GDP의 60%는 서비스업이 생산하지만, 전체 투자의 60%는 제조업이 차지하며, 그 절반은 첨단제조업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수출도 반도체 편중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대로 사상최고치인 반면, 2위인 자동차는 9%, 3위인 석유화학은 6%에 불과합니다. 1위가 2, 3위를 합친 것보다 많습니다. 수출 상위 20개 업종 내에서도 상위 5개와 하위 5개의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습니다.
가계와 기업 지표에서도 양극화가 확인됩니다. 자산 기준 상위 20% 가구와 하위 20% 가구의 자산 배율, 50대 가구주와 20-30대 가구주의 자산 배율이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높아졌습니다. 기업 부문에서는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즉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도 감당 못하는 기업 비중은 계속 늘고 있고, 이자보상배율 5배 이상의 우량기업 비중은 줄고 있습니다.
조 소장은 "일부 업종, 일부 품목, 일부 기업이 잘해서 총량지표는 괜찮게 나오지만, 광범위한 영역과 경제주체들은 개선을 체감하지 못하는 착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내년에도 이런 구조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 제조업 경쟁력과 반도체 의존도의 딜레마
고환율과 양극화 상황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질문은, 과연 현재의 경제구조가 지속가능한가 하는 점입니다. 조영무 소장은 한국경제가 반도체 단일 업종에 과도하게 의존하면서 구조적 취약성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합니다.
반도체 호황이 지속되는 한 총량지표는 괜찮아 보입니다. 실제로 대만이 2025년 경제성장률 7% 가까이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반도체 생산시설을 풀가동해도 모자랄 정도의 수요 때문입니다. 대만에서 소화하지 못한 물량이 한국으로 오면 우리도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을 할 수 있을까요?
조 소장은 이에 대해 신중한 입장입니다. 반도체 전문가는 아니지만 매크로 경제학자 관점에서 볼 때, 현재 한국 경제구조가 탄탄해지기보다는 취약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소수 업종, 단일 업종이 크게 흔들리면 그 기업이나 업종만의 문제가 아니라 종합주가지수, 총수출, 경제성장률까지 크게 요동칠 수 있는 리스크가 커지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고환율이 이런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킨다는 점입니다. 환율 상승은 분명 양면성이 있습니다. 수출기업들에게는 같은 1달러를 벌어도 더 많은 원화를 받을 수 있어 매출과 이익이 늘고, 수출 가격 경쟁력도 높아져 긍정적입니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이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던 것도 높은 환율이 수출경쟁력을 높여준 덕분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그때와 다릅니다. 지금은 수출기업, 제조업, 대기업 등 일부 부문은 잘하고 있는 반면, 내수 부문인 민간소비, 설비투자, 건설투자는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환율은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려 소비여력을 떨어뜨리고, 이는 서비스업과 자영업자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실제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2.4%를 기록하며 다시 오르고 있고, 한국은행도 내년 물가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습니다.
조 소장은 "안 그래도 격차가 심한 양극화인데, 고환율이 지속되면 더 벌어지면서 초양극화로 갈 수 있다"며 "어떤 맥락에서 환율 변화를 맞이하는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요? 국민연금이나 외환보유고를 동원해 환율을 방어해야 할까요? 조 소장은 신중합니다. 국민연금은 국민들의 노후자금이고, 외환보유고 방어도 과거 영국의 실패 사례처럼 큰 손실을 볼 위험이 있습니다. 정말 위기 상황인지에 대한 공감대가 먼저 필요합니다.
그는 "즉약은 없다. 쉽게, 빨리 가려 해서는 안 된다"며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 하고, 작은 효과가 모여 큰 효과를 내는 것을 기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구체적으로는 한국 경제의 성장세와 투자수익률, 금리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 그리고 양극화를 완화하고 내수를 살리기 위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경제전망이 정확해야 적절한 정책이 나올 수 있으므로, 경제전망 수치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특정 업종 의존도를 낮추고, 수출 구조를 다변화하며, 제조업의 성과가 내수 부문으로 잘 전의될 수 있도록 하는 구조적 개혁이 필요합니다. 조 소장은 "그래도 우리가 버티고 있는 바탕은 제조업 경쟁력"이라며 "쓸 만한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공급망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국민, 정부,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제조업의 생존 방안과 내수 전이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2026년 한국경제는 성장률 회복이라는 긍정적 신호와 고환율, 양극화, 구조적 취약성이라는 부정적 요인이 공존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조영무 소장의 진단처럼 총량지표에 속지 않고 경제의 실상을 직시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