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이란에서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습니다. 정권을 향한 분노가 거리를 가득 메웠고, 강경 진압으로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이란과 오랜 원수 관계인 이스라엘이 유난히 조용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걸프 국가들, 튀르키예, 심지어 미국까지 모두 한목소리로 사태의 조기 진정을 바라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외치던 국가들이 정작 이란 국민들이 독재 정권에 맞서 싸울 때는 뒷짐을 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사태를 통해 국제정치의 냉혹한 현실과 각국의 진짜 속내를 들여다보겠습니다.
## 이스라엘의 전략적 침묵과 계산된 리스크 관리
이스라엘과 이란은 수십 년간 원수 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이란 핵시설을 폭격하고, 사이버 공격을 감행하고,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암살하기까지 했던 나라가 이스라엘입니다. 이란 정권이 흔들리는 절호의 기회에 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걸까요? 답은 철저하게 계산된 전략적 침묵입니다.
첫 번째 이유는 명분 차단입니다. 이스라엘이 공개적으로 이란 시위를 지지하거나 개입하면, 이란 정권에게 완벽한 프레임을 선물하는 것이 됩니다. 바로 '외세 공작'이라는 프레임입니다. 이란 정권은 즉각 "이 시위는 순수한 국민의 목소리가 아니라 시오니스트와 제국주의 세력이 배후에서 조종하는 음모"라고 선전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시위에 참여하지 않았던 사람들, 정권은 싫지만 이스라엘은 더 싫은 사람들까지 정권 편으로 돌아설 수 있습니다. 민족주의 감정이 자극되면서 시위 진압의 정당성까지 부여하게 됩니다.
두 번째 이유는 전술적 부담입니다. 이스라엘은 최근 몇 년간 가자 지구, 레바논, 시리아 등 여러 전선에서 작전을 펼쳐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방공 시스템이 소모되고, 무기 재고도 줄어들었으며, 작전 여력도 제한적입니다. 만약 이란 정권이 이스라엘의 개입을 빌미로 전면 대응에 나선다면, 이스라엘은 또 다른 전선을 감당해야 합니다. 헤즈볼라도 움직일 수 있고, 예맨의 후티 반군도 가세할 수 있습니다. 확전의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이란 내부의 혼란을 지켜보는 것이 차라리 이득입니다. 직접 나서서 비용을 치르는 것보다 이란이 내부 문제로 소진되는 것을 방치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계산입니다.
세 번째 이유는 불확실성 회피입니다. 이스라엘은 이란 현 정권이 싫지만, 정권이 무너진 이후가 더 좋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만약 이란 정권이 붕괴되면 더 통제 불가능한 세력이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극단주의 민병대들이 난립하거나, 지역 군벌들이 핵시설을 장악할 수도 있습니다. ISIS 같은 조직이 이란 내부에서 발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현재 이란 정권은 적어도 예측 가능합니다. 어떻게 움직일지, 어떻게 반응할지 대충 계산이 됩니다. 그런데 정권이 무너지고 혼돈이 오면 핵무기 프로그램이 어디로 튈지, 미사일 기술이 누구 손에 들어갈지, 수천 개의 원심 분리기가 어떻게 될지 예측 불가능합니다. 악마를 아는 것과 악마를 모르는 것 중에서 이스라엘은 전자를 택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국제정치의 냉혹한 현실입니다. 이스라엘의 침묵은 선의가 아니라 철저하게 계산된 리스크 관리입니다.
## 걸프 국가들과 튀르키예의 현상 유지 선호 이유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걸프 국가들과 튀르키예가 이란의 안정을 바라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이들에게 이란 붕괴는 기회가 아니라 재앙이기 때문입니다. 사우디와 이란은 중동의 양대 축으로, 순니파의 맹주 사우디와 시아파의 중심 이란은 예맨, 시리아, 레바논, 이라크에서 계속 대리전을 벌여왔습니다. 종교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라이벌 관계입니다. 그렇다면 사우디 입장에서는 이란이 무너지면 좋은 것 아닐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사우디가 진짜 두려워하는 것은 이란의 강성이 아니라 이란의 붕괴입니다. 첫째, 난민 문제입니다. 이란 인구가 약 9천만 명입니다. 만약 정권이 붕괴되고 내전이라도 발생하면 수백만 명의 난민이 쏟아져 나올 것입니다. 이들은 페르시아만을 건너 걸프 국가들로 밀려 들어올 것입니다. 사우디는 이미 예맨 난민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란 난민까지 더해진다면 사회적 부담이 감당 불가능한 수준으로 커집니다.
둘째, 혼란의 확산입니다. 이란이 붕괴되면 그 안에 있던 각종 민병대, 무장 조직, 극단주의 세력들이 통제를 벗어납니다. 이들이 걸프 국가들로 침투할 가능성이 크고, 테러 위협이 급증합니다. 사우디는 이미 자국 내 시아파 소수 집단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란의 혼란이 사우디 동부 지역 시아파들을 자극할 수도 있어 내부 안정에 균열이 생길 수 있습니다.
셋째, 유가 변수입니다. 이란은 세계 주요 산유국 중 하나입니다. 만약 이란의 석유 생산이 중단되거나 급격히 감소하면 유가가 폭등할 것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사우디에게 이익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독입니다. 유가가 너무 높아지면 세계 경제가 침체되고, 석유 수요 자체가 줄어들며,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이 가속화됩니다.
넷째, 가장 중요한 이유는 사우디의 경제 개혁 프로젝트인 비전 2030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우디는 석유 의존 경제를 다각화하고, 관광 산업을 육성하고, 첨단 산업에 투자하고, 사회를 현대화하려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입니다. 이것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지역 안정이 필요합니다. 외국 투자가 들어와야 하고, 관광객이 와야 하고, 글로벌 기업들이 진출해야 합니다. 바로 옆 이란에서 내전이 터지고, 난민이 넘쳐나고, 테러 위협이 증가한다면 누가 사우디에 투자하고 관광을 오겠습니까?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됩니다. 그래서 사우디는 최근 이란과의 관계 개선에 나섰습니다. 2023년 중국 중재로 외교 관계를 복원했습니다.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공존의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튀르키예도 마찬가지입니다. 튀르키예는 이란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시리아 내전 때 수백만 명의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여 엄청난 사회적 부담을 경험했습니다. 이란과 튀르키예 사이의 국경선은 시리아보다 훨씬 길고, 산악 지대가 많아 통제도 어렵습니다. 만약 이란에서 수백만 명이 국경을 넘어온다면 튀르키예는 또다시 난민 위기에 빠집니다. 게다가 쿠르드 문제도 있습니다. 이란 내에도 쿠르드족이 살고 있는데, 이란이 붕괴되면 이란 쿠르드족이 독립 움직임을 보일 수 있고, 이것이 튀르키예의 쿠르드족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 갈등이 드러납니다. 도덕적으로는 분노하지만, 국가 이익은 안정을 요구한다는 것입니다. 모두가 이란 국민들의 고통을 알지만, 강하게 비난하지도, 적극적으로 지지하지도 않고, 그냥 사태가 빨리 진정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리 모드와 협상 카드 전략
트럼프는 첫 번째 임기 때 이란에 대해 매우 강경했습니다. 핵 합의에서 탈퇴했고, 최대 압박 정책을 펼쳤고,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암살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이란 시위를 적극 지지하고 개입할 것 같지만, 실상은 좀 다릅니다. 미국도 군사 움직임은 포착되고 있지만, 전면 개입으로 가지는 않습니다.
트럼프의 본심은 명확합니다. 중동에 깊게 들어가기 싫다는 것입니다. 트럼프는 첫 번째 임기 때도 중동 개입 축소를 외쳤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했고, 시리아에서도 병력을 줄였습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해외 군사 개입을 비판했습니다. 이란에 전면 개입한다는 것은 엄청난 비용을 의미합니다. 군사 비용, 인명 손실, 장기전 가능성 모든 것이 부담입니다. 게다가 미국 국내 여론도 중동 개입에 부정적입니다.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트라우마가 남아 있습니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협상 카드로 관리하는 전략입니다. 이란 정권에게 조건부 압박을 가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추가 살상을 중단하라", "시위대에 대한 사형을 중지하라"는 요구를 합니다. 그리고 만약 이란이 이 요구를 들어주면 군사 공격을 유보한다는 식입니다. 공격 카드를 쥐고 있지만 실제로 쓰지는 않고, 협상 도구로만 활용하는 것입니다.
경제 압박도 마찬가지입니다. 트럼프는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를 언급하고, 관세를 올리겠다고 위협합니다. 하지만 현실적 제약이 있습니다. 가장 큰 제약은 중국입니다. 중국은 이란의 최대 원유 수입국입니다. 미국이 아무리 제재를 가해도 중국이 이란 원유를 계속 사 주면 효과가 제한적입니다. 중국은 자국 에너지 안보를 위해 이란 원유가 필요하고, 미국의 제재를 무시하고서라도 이란과 거래를 유지합니다. 트럼프가 중국을 압박할 수도 있지만, 그러면 미중 관계가 더 악화되고 무역 전쟁이 격화됩니다.
결국 미국의 전략은 결정타를 날리는 것이 아니라 관리 모드입니다.
[참조글]
“이란, 정권교체 실패인가?" 이란 절박한 시위에도 이스라엘과 미국, 주변국이 조용한 진짜 이유!
https://www.youtube.com/watch?v=yxlINrO-UYg